여수공공스포츠클럽 회장 오철곤, "인류사를 바꾼 네 개의 사과"

데스크 | 기사입력 2019/10/19 [11:25]

여수공공스포츠클럽 회장 오철곤, "인류사를 바꾼 네 개의 사과"

데스크 | 입력 : 2019/10/19 [11:25]
▲ 여수공공스포츠클럽 회장 오철곤    


가을을 더욱 가을답게 하는 과일을 든다면 아마 사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맑고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가지마다 주렁주렁 매달린 빨간 사과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가을입니다.

 

일찍이, 이탈리아의 문호 조반니 파피니(Giovanni Papini 1881-1956)는 인류의 역사를 네 개의 사과로 비유했습니다.

 

최초의 사과는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이브가 하나님의 뜻을 거역하고 따먹은 금단의 열매입니다. 조물주에 의해 인간이 받은 최초의 질문은 아담아, 네가 어디에 있느냐?”입니다.

 

이는 공간적 위치의 물음이 아니라 심정적 상태에 대한 물음입니다. 그래서 아담은 제가 벗었으므로 두려워 숨었나이다.”하고 대답합니다. 계명을 어긴 자의 솔직한 대답입니다. 이 물음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도 필요한 질문입니다.

○○, 네가 어디에 있느냐?”

이 물음을 끊임없이 우리 자신에게 던져보고 우리가 어떤 상태에 있는지 반성하고 마음을 다잡을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두 번째의 사과는 그리스로마신화에 나오는 이야기로, 서로 자기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던 세 여인의 불화를 빚어 트로이 전쟁을 유발한 황금사과입니다.

 

영웅 아킬레우스의 아버지 펠레우스가 바다의 여신 테티스와 결혼할 때, 그 축하연 자리에 중매역할을 했던 제우스신이 여러 신들을 거느리고 참석합니다. 그런데 이 자리에 초대를 받지 못한 불화의 신 에리스가 잔치를 망치기 위해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라고 새겨진 황금사과를 연회장에 던집니다. 그 자리에 모였던 여신들은 모두 자기 자신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있던터라 그 황금사과의 임자는 자기라고 싸움이 벌어집니다. 그 중에 제우스신의 왕비인 헤라와 지혜의 여신 아테나그리고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이 세 여신간의 마지막 싸움이 가장 격렬하게 전개됩니다.

 

제우스는 선택받지 못한 다른 여신들의 분노를 의식해 그 심판을 이다의 언덕에서 양을 기르는 목동 파리스에게 위임합니다. ‘파리스는 원래 태어났을 때 한 예언자가 나라에 큰 재앙을 끼칠 아이라고 말했기 때문에 산에 버려졌던 몸인데, 드디어 그가 짊어진 운명을 실험할 날이 온 것이었습니다. 그는 권세와 지위를 주겠다는 헤라의 유혹과 총명한 지혜와 기술을 주겠다는 아테나의 제안을 물리치고, 세상에서 제일가는 미녀를 주겠다고 약속한 아프로디테에게 황금사과를 건네게 됩니다.

 

목동 파리스는 그의 운명대로 트로이의 왕자로 돌아가 아프로디테의 도움을 받아 스파르타에 사신으로 갔을 때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인 그리스의 왕비 헬레네의 마음을 사로잡아 그녀를 트로이로 납치하게 됩니다.

 

그러나 아름다움이나 행복은 짧은 것이어서 파리스의 행복도 그리 길지 못했고, 트로이전쟁의 패전과 함께 그 자신도 비극적인 최후를 맞게 됩니다. 미인박명이라고 했던가요. 그녀의 코가 조금만 낮았더라도 세계의 역사가 바뀌었을 거라고 회자되는 클레오파트라, 중국의 양귀비며 서시와 초선, 우리역사에 등장하는 장녹수며 장희빈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동서고금을 통해 미인으로 인해 역사의 변곡점을 맞는 사례를 황금사과는 상징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세 번째는 뉴턴의 사과입니다. 아이작 뉴턴은 1665년 흑사병이 크게 번지자 고향집으로 내려가 정원에서 휴식을 취하던 중,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하고 이로써 진정한 과학문명이 시작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네 번째는 총독 게슬러를 활로 쏘아 죽임으로써 그것이 민중의 봉기로 이어지고 오스트리아로부터 스위스의 독립을 쟁취하게 한 빌헬름 텔의 사과입니다. 사랑하는 아들의 머리 위에 얹어 쏘아뜨렸던 사과는 단순한 표적이었다기보다는 스위스의 자유와 독립을 상징하는 과녁이었으며 빌헬름 텔은 그것을 쟁취하기 위하여 자신의 아들 목숨마저 담보로 내놓아야했던 것입니다.

 

첫 번째 사과가 헤브라이즘, 즉 기독교의 시작이라고 한다면, 두 번째 사과는 헬레니즘, 즉 르네상스를 가져온 계기가 되었으며, 뉴턴의 세 번째 사과는 근대과학을, 빌헬름 텔의 네 번째 사과는 근대 민주정치를 가져왔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인류 발달의 변곡점마다 함께 등장하는 사과는 그 만큼 우리의 사랑을 받아온 친근한 과일이라는 역설적인 이야기가 아닐까요?

 

이밖에도 문학에서, 철학에서, 미술사에서 그리고 과학에서 등장하는 사과의 이야기는 우리 일상과 너무나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백설공주가 베어 먹은 사과가 그렇고,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오더라도 나는 오늘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겠다던 스피노자의 사과는 절망적인 순간에도 미래에 대한 희망을 놓으면 안 된다는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사과 하나로 파리를 정복하겠다며 종전의 원근법이나 명암법을 버리고 사물 고유의 입체감을 살린 명암법을 구사한 폴 세잔사과 정물화피카소등 입체파에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애플사를 창업한 스티브 잡스의 애플 로고 역시 한 입 베어 먹은 사과로 이것은 우리 사회의 기존 패러다임을 바꾼 이미지로 각인됩니다.

 

가을이 익어가는 저녁 한 때, 상큼한 사과를 맛보면서 가족과 함께 사과의 의미를 새겨보는 망중한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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