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여수산단 지하시설 '지뢰밭'..제도개선 시급

지하매설물 포화상태 사고위험상존, 업체마다 개별관리..컨트롤 타워기능 절실, 배관 지상설계 제도화해야

김현주기자 | 기사입력 2012/07/28 [20:43]

<르포>여수산단 지하시설 '지뢰밭'..제도개선 시급

지하매설물 포화상태 사고위험상존, 업체마다 개별관리..컨트롤 타워기능 절실, 배관 지상설계 제도화해야

김현주기자 | 입력 : 2012/07/28 [20:43]
울산과 더불어 국내 최대 석유화학공업단지가 입주해있는 전남 여수국가산단.

중화학공업이 붐을 일으키던 1970년대 초반 조성된 여수산단은, GS칼텍스․LG화학 등 현재 250개가 넘는 크고 작은 회사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

때문에 지난한해 전체 매출액도 자그마치 70조 1천 300억 가량으로, 전남 경제의 40% 이상을 차지할 만큼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같은 해 광양만권 기업 총 매출액은 92조원이다.

이런 고도의 압축 성장 이면에는 개선해야 할 어두운 그림자도 깔려있는 게 현실.

주로 여수산단 대기업에 공급되는 화학 원료 지하 배관들은, 매설된 지 평균 20년이 넘은 오래된 관로들이 많은데다 거미줄처럼 얽혀있어 그야말로 시한폭탄을 떠안고 있는 셈이다.

◇지하관로 유지관리 한계..‘사막에서 바늘 찾기’

여수국가산단은 석유화학특성상 에틸렌, 벤젠, 염소 ,수소, 고압가스 등 다량의 유독물질을 취급하는데다 인체에 치명적인 맹독성을 내뿜는 탓에 이른바‘죽음의 땅’으로 학계에서는 보고되기도 한다.

게다가 여수산단을 관리하는 여수시와 소방서, 한국산업안전관리공단, 전기안전공사, 가스안전공사 등 관계기관들은 대부분 개별안전에 치중하다보니 한결같이 중복점검으로 인한 피로감에 시달리기 일쑤다.

이처럼 통합관리 시스템이 사실상 전무하다보니 각종 폭발․안전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기관 소재가 불분명해 하루빨리 제도적 종합대책마련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산단 조성 초기부터 지난 수십년간 입주업체들이 앞다퉈 매설한 지하 관로들도 포화상태에 이른지 오래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 2009년 11월 여수남동발전 인근에 매설된 G․J사 원료 이송관이 주변 전신주 설치작업으로 폴리에틸렌 코팅막이 찢겨져 하마터면 대형사고로 이어질뻔한 아찔한 순간을 맞기도 했었다.

이보다 앞서 지난 2005년 12월 G사 공장 남문 인근 야산에서 굴착기가 천공작업을 하다 지하매설 관로를 건드려 1시간가량 고압가스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해 소동을 빚기도 했다.

여수산단 한 관계자는 “지하매설 배관은 지상과 달리 문제가 발생할 경우 손상 정도를 파악하기 어렵고 시간도 많이 소비된다.”며 “현대 기술로도 정밀진단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여수시 관계자는 “산단 원료 이송라인은 회사마다 개별 관리하기 때문에 지하도로 굴착시 매설위치 파악이 쉽지않아 어려움은 있다”면서 “지금은 관로를 유지관리하기 쉬운 지상으로 설치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지하배관 사고는 예견된 인재..관리비 절약, 단속도 쉽지않아‘사고 키워’

지하매설에 따른 사고 사례는 한마디로 요약하면 유지보수 관리 한계에 구멍이 생긴데서 기인한다 할 수 있다.

땅속에 매설된 배관은 사람으로 말하면 혈관 같은 존재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지 않고선 문제여부를 식별하기가 곤란하기 때문이다.

다만 산단 일각에선 지금의 첨단 기술과 현미경 같은 유지관리만 이뤄진다면 어느 정도 문제 해결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여수산단에는 아직 GIS(지리정보 시스템)가 완전히 구축되지 않은 탓에,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선 지상화만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게 대체적인 기류다.

더욱이 지상관로는 가스 누출 등 문제 발생시 지하에 비해 발 빠른 초동 조치가 가능하고 또 평소 잦은 유지보수 관리로 사고 위험성을 그만큼 낮출 수 있다는 얘기다.

지하관로는 그러나 한번 땅속에 매설하면 눈에 잘 뛰지 않아 관계 기관들의 지도․점검도 쉽게 피할 수 있고, 유지보수 관리비도 절약할 수 있는 그야말로 일석이조라는 생각들이 사고를 키운다는데 주목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지난 몇 년간 여수산단 환경안전사고 원인 중 하나도 지하배관에서 흘러나온 사고가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전달 중순께 여수산단내 이순신대교 공사현장 인근 지하매설 굴착작업 중 상당량의 기름띠가 발견돼 관계당국이 원인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같은 장소 주변 지점에서 기름에 오염된 토양이 다량 발견됐지만 정확한 원인을 찾는 데는 실패했다.

그런가하면 지난 2008년 11월 A사는 부지 지하 매설물에 담긴 벤젠이 이송관로를 타고 10m가량 떨어진 건설현장에서 발견돼 유독물질 축소․은폐 의혹으로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한 관계자는 “배관시설은 정기적인 안전점검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지하매설물은 기본적인‘육안검사’자체가 불가능해 지하관로를 단계적으로 지상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매설된 지하배관은 부식과 외부표면상태, 용접부 결함 등의 확인이 어렵다 전자장비를 사용하는 방법이 시도될 수도 있지만 특정분야의 측정 보조수단일뿐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될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여수산단 조성 이래 지금까지 원료수송 배관공사(파이프 랙)와 관련, 여수시가 내준‘산단 개발사업 실시계획승인’인가는 모두 190여 개소에 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수=김현주기자 newsk@hanmail.net

▲사진은 여수국가산단 원료수송 파이프 랙.     © 여수=김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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